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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대가족 > 가족의 정의, 책임의 무게, 결말 메시지

by get-money1000 2025. 5. 16.

2024년 개봉한 한국 영화 ‘대가족’은 경상도 종갓집의 제사에서 출발해, 정자기증으로 탄생한 자녀들의 등장과 가족의 정체성에 대해 다시 묻는 강렬한 휴먼 드라마입니다. 익숙한 듯 낯선 가족의 형태 속에서, 우리는 ‘가족이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영화 대가족 관련사진
대가족

 

 

영화의 첫 장면은 너무나 익숙합니다. 제사 준비에 분주한 종갓집 사람들, 시간에 늦은 스님, 나이든 친척들의 잔소리, 시끄러운 아이들까지.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본 명절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죠. 경상도 특유의 억센 말투와 살아있는 생활감은 ‘우리 집 이야기’ 같아 웃음을 자아냅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단순한 가족 코미디로 흘러가지 않습니다.

영화는 이 소동 속에 아주 특별한 소재 하나를 끼워 넣습니다. 바로 ‘정자 기증’입니다. 이 집안의 장남 ‘문석’은 과거 517번이나 정자 기증을 했고, 그 결과 수많은 아이들이 그의 유전자로 태어났습니다. 그중 일부 아이들이 이제 성인이 되어 문석을 찾아온 것이죠. 그들이 말합니다. “우리는 당신의 아이입니다.”

순간 분위기는 바뀝니다. “가족”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흔들리기 시작하죠. 관객은 이 지점에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가족이란, 유전자입니까? 함께한 시간입니까?” 문석은 처음엔 당황합니다. 아이들을 밀어내고, 이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어 하죠. 하지만 영화는 그가 점차 변해가는 과정을 천천히, 아주 현실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모든 변화는 제사라는 전통의 한복판에서 일어나기에 더 큰 아이러니와 감동을 줍니다.

가족의 정의, 혈연보다 깊은 마음의 유대

‘대가족’이 특별한 이유는, 기존 가족 영화가 다루지 않았던 현대적인 가족 구성 문제를 전면으로 끌어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 문석은 경제적 이유로 기증을 반복했고, 그로 인해 400명이 넘는 생명이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그리고 지금, 그중 두 아이가 그를 찾아옵니다. 민국과 민선.

하지만 유전자 검사를 해보니 민국만 그의 친자였고, 민선은 아니었습니다. 이 설정은 영화의 감정적 갈등을 더욱 심화시키는 중요한 장치로 작용합니다. 아이 둘은 자신을 형제라 생각하며 함께 자라왔고, 서로를 진심으로 아끼지만, 법적으로는 한 명만 가족으로 인정되는 현실이 그들을 갈라놓습니다.

이 장면에서 영화는 과감하게 말합니다. “가족이란 함께 살아온 시간, 서로를 향한 마음의 기록이다.” 그리고 관객도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문석 역시 시간이 흐르면서 민국과 민선을 점차 자신의 가족으로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들의 식사를 챙기고, 대화를 나누고, 장난을 치며, 문석은 점점 ‘아버지’가 되어갑니다.

아이들 또한 문석을 생물학적 정보가 아닌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으로 바라보게 됩니다. 이 영화는 ‘누가 내 아버지인가’라는 질문보다 ‘누가 나를 돌봐줬는가’라는 질문을 훨씬 더 깊이 있게 다룹니다. 그래서 감동은 진하고,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517번의 기증과 400명의 아이, 그 책임의 무게

문석이 기증을 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젊은 시절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의대생이었고, 그 땐 별생각 없이 정기적으로 정자은행을 방문했습니다. “그게 큰일이 될 줄은 몰랐다.”는 대사가 그의 무심함과 그 시대의 무지함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 결과들이 하나둘 ‘사람’이 되어 찾아왔을 때, 문석은 진짜 책임이라는 것을 깨닫기 시작합니다.

그 중 한 명이 말합니다. “우린 그냥 당신 유전자로 태어났을 뿐이에요. 당신이 날 키우진 않았지만, 난 당신이 궁금했어요.” 이 대사는 출생의 권리, 즉 “나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이 단순한 호기심이 아니라 삶의 뿌리를 찾는 인간 본연의 본능임을 보여줍니다.

문석은 민국이만 입양할 수 있다는 사실에 괴로워합니다. 민선이 역시 자신의 아이라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법적으로 명확하죠. 결국 그는 민선까지 포용하고 싶어 하며, 할아버지에게 말합니다. “민선이도 함께 살아야 해요. 우리 진짜 가족이에요.”

이 말은 관객의 심장을 찌릅니다. 수백 번의 기증보다, 하루하루 함께 살아온 시간이 얼마나 깊은 관계를 만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열린 결말 메시지

영화는 마지막에 스님의 말로 모든 메시지를 정리합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어머님에게서 왔습니다.” “그 어머님의 어머님은 또 어디서 왔느냐?”

이 철학적인 화두는 관객에게 묻습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생물학적 정보인가, 삶의 공유인가?

‘대가족’은 이 질문을 정답 없이 던집니다. 대신 영화가 끝난 후, 관객 스스로가 그 답을 찾아가게 합니다. 단지 웃고 울게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가족’이라는 단어를 다시 바라보게 만드는 영화. 그것이 바로 2024년 ‘대가족’이 남긴 가장 큰 선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