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3월, 부산의 대표 전통시장 ‘부전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 ‘부전시장’이 정식 개봉하며 전국 극장가에서 조용한 감동을 퍼뜨리고 있습니다. 대규모 블록버스터 사이에서 독립영화의 틈새를 공략한 이 작품은, 시장 사람들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내며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부산 출신 배우와 스태프들이 대거 참여하고, 실제 부전시장 상인들이 단역으로 출연한 이 영화는 지역성과 현실성이 돋보이는 웰메이드 로컬 드라마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1. 부전시장이 가진 공간의 의미를 영화로 담다
‘부전시장’은 단순히 전통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닙니다. 영화는 부전시장이라는 공간 자체를 주인공으로 설정하며, 도시화와 대형 상권의 확장 속에서 점점 잊혀져 가는 전통시장의 풍경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섬세하게 담아냅니다. 주인공 ‘상구’는 2대째 시장에서 채소 장사를 이어가며 살아가는 인물로, 삶의 터전이 사라질 위기에 놓인 가운데 가족, 이웃, 그리고 세상과 관계를 다시 맺어가게 됩니다.
부전시장은 실제 부산 시민들에게 매우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남포동, 자갈치시장과 더불어 지역 상권의 중심을 이루며, 6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공간이죠. 영화는 그 역사성을 그대로 담아내며 단순한 배경이 아닌, 한 도시의 심장으로 기능하는 시장의 모습을 재현해냅니다. 손님과 상인 간의 인사, 가게 간의 경쟁과 협력, 골목에서의 우연한 만남 등은 관객으로 하여금 그 공간에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특히 노포 식당, 수산 코너, 떡집 골목 등 실존하는 장소를 중심으로 촬영된 장면들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익숙한 기억을 소환하고, 외지 관객에게는 시장이라는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제공합니다. 이처럼 부전시장은 단순한 로케이션이 아니라, 세대와 문화를 연결하는 영화적 장치로 기능합니다.
2. 배우들의 연기와 리얼한 연출, 진짜 같은 감동
‘부전시장’이 주는 감동은 이야기 자체도 뛰어나지만, 배우들의 사실적인 연기와 현장감을 살린 연출에서 더욱 극대화됩니다. 주인공 ‘상구’ 역을 맡은 배우 박지환은 부산 출신답게 억양, 몸짓, 말투까지 완벽하게 현지인의 모습을 표현하며,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습니다. 중년의 고단함과 자영업자의 현실을 복합적으로 담은 그의 연기는 관객들의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또한, 상구의 어머니 역으로 출연한 김혜옥은 ‘엄마’라는 존재의 보편성과 따뜻함을 표현하며, 많은 중장년층 관객들에게 감정의 포인트를 제공합니다. 영화는 갈등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인물들 사이의 정서를 섬세하게 풀어내고, 각자의 이야기를 통해 다채로운 인간 군상을 보여줍니다.
연출을 맡은 김대환 감독은 전작 <사춘기>, <초행>에서 보여준 독립 영화적 감성을 이번 작품에도 유지하며, 시장이라는 생생한 현장을 ‘관찰자 시점’으로 조용히 따라갑니다. 흔들리는 카메라, 자연광을 활용한 촬영, 실제 상인들의 목소리를 활용한 배경음 등은 이 영화가 만들어낸 리얼리티의 중요한 요소입니다. 특히 점포 철거 장면이나 단골 손님과의 마지막 인사 등에서는 많은 관객이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습니다.
3. 지금 우리가 기억해야 할 ‘공간의 이야기’
‘부전시장’은 단지 한 지역의 전통시장을 배경으로 한 영화가 아닙니다. 이것은 도시가 변해가고, 삶의 터전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영화는 부전시장이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공동체의 힘, 자영업자들의 삶의 무게, 그리고 인간적인 유대의 소중함을 조용히 그러나 단단하게 전합니다.
지금의 상권 환경은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과 대형 유통망의 확장으로 인해 빠르게 재편되고 있으며, 그 안에서 전통시장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습니다. 부전시장은 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되, 단순히 ‘사라짐’에 머무르지 않고, 사람들의 선택과 연대를 통해 ‘지켜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작은 공간이 만들어내는 큰 감정, 그리고 보이지 않던 일상의 가치들을 조명하는 이 영화는 2025년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특별한 울림을 전합니다.
또한 Z세대, MZ세대 관객들에게는 시장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올드’한 장소가 아니라, 정체성과 기억이 살아 숨 쉬는 ‘현장’임을 보여주며, 공간의 의미를 새롭게 인식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시장이라는 소재가 얼마나 풍부한 드라마를 품고 있는지, 이 영화를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습니다.
결론: 따뜻하고 묵직한 영화 ‘부전시장’, 지금 극장에서 만나보세요
영화 부전시장은 부산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있어 가장 따뜻하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작품입니다. 전통시장이라는 오래된 공간을 통해 사람, 공동체, 그리고 삶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며 관객들의 마음을 두드립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그 무엇보다 진실된 이야기. 지금, 그 따뜻함이 필요한 당신이라면 이 영화를 놓치지 마세요. 2025년 3월, 극장에서 꼭 만날 가치가 있는 영화입니다.